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와타나베 이타루 저 / 정문주 역 / 더숲 출판

15년 11월 다독다담 독서 모임에서 다룬 책이다.
회원님들과 첫 감상을 나누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결론적으로 제목이 한참이나 잘못된 번역이었다.

田舍のパン屋が見つけた「腐る經濟」
일본에서 출판된 원래 제목인데, 대충 번역하자면 '시골 빵집에서 찾은 부패하는 경제' 정도의 뜻을 담고 있다.

책 내용도 경제의 부패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 자본론에 관한 설명은 매우매우 빈약하다. 때문에 시골 빵집과 자본론을 연계해서 책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한다면 그걸로 끝. 많은 실망감을 얻게 될 수밖에 없다.(특히 내가 그랬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한국 출판사가 지은 제목은 내다 버리고, '시골 빵집에서 찾은 부패하는 경제'라는 대충 번역한 제목으로 이 서평을 시작하겠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어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부패'이다.
사전을 찾아 보면 '단백질이나 지방 따위의 유기물이 미생물의 작용에 의하여 분해되는 과정. 또는 그런 현상. 독특한 냄새가 나거나 유독성 물질이 발생한다.'라는 긴 뜻이 나오는데, 대충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돈은 혹은 자본은 부패하지 않는다고.(책에서 이 부분을 얘기할 때 데자뷰처럼 머리에 스치는 게 있는 걸 보면, 이 책의 저자도 아마 어디선가 얻어온 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저자는 그걸 빵에 빗대어 얘기를 풀어 가며 부패하지 않는 것들을 경계하고 있다.
빵이 쉽게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넣는 첨가물이라든가, 해외에서 밀가루를 수입해 올 때 상하지 말라고 치는 포스트 하비스트(post-havest) 농약* 등의 경우를 들면서 말이다.(*포스트 하비스트 농약 : 농사가 끝나고 수확한 농산물에 보관을 위해 치는 농약.)

저자는 부패는 자연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것을 이윤을 얻어 자본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잘못된 부작용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빵집에서 일하는 직원들 사이에는 콧물을 훌쩍인다든가 하는 직업병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밀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게 밀 알레르기가 아니라, 밀을 수입할 때 치는 포스트 하비스트 농약 때문이라는 얘기를 책에서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본인이 수입 밀을 사용하는 빵집 직원으로 일할 때는 콧물을 달고 살았는데, 국산 밀을 사용하는 빵집으로 옮기고 나서 싹 나았다는 얘기를 한다.

그리고 책 전반부에 자본론을 '살짝(아주 살짝이다)' 소개하면서 현 시대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함을 얘기한다. 그리고 그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는 부패하지 않는 돈과 자본에서 비롯된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2부로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한다.(지극히 서평을 쓰고 있는 저의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1부 초반부에 저자는 본인이 부조리한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중, 꿈에서 할아버지로부터 빵을 만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저자는 할아버지를 단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으며, 그럼에도 그 음성(빵을 만들라고 말해 준)은 할아버지의 것이 틀림이 없다고 얘기한다.

이것도 제목처럼 번역의 농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읽고 있는 입장에서 참으로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저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빵을 만드는 길을 가기 시작하는데, 이 책의 2부에서부터 본격 저자의 천연재료 천연균 빵 만들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그것 또한 두서없이 내용이 시간의 흐름을 앞 뒤로 왔다갔다하고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한층 더 내용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

'내가 지금 무슨 내용을 읽고 있는 것인가….' 정신이 멍해지고 유체이탈 독서를 하게 된다.

어찌어찌 끝까지 읽고 난 후 얻은 결론은 물이나 곡물은 물론 빵(밀)을 발효시키는 데 사용하는 균까지 이스트 같은 인위적인 첨가물이 아니라 천연의 것을 사용하여 빵을 만들어야 하며, 거기에 더해 자본주의 사회의 부패하지 않는 자본에 의해 어그러지는 것을 작게나마 방지하기 위해 그 지역에서 재료를 구매해야 하고 직원들에게 이윤을 위한 노동력 착취가 아닌 노동에 대한 정당한 급료를 지급해야 하며, 만든 물품(빵)을 판매할 때에도 재료구입이나 직원들의 급료를 적정 수준으로 지불할 수 있도록 싼 값이 아닌 정당한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시골 빵집에서 찾은 부패하는 경제'이다.

나는 여기에 공감하지 못했다.
부패라기보단, 순환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도 순환의 개념을 언급하며 얘기하긴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순환을 부패하는 경제의 일부분으로 얘기할 뿐 부패하는 경제에 좀 더 힘을 준 느낌이었다. 반면 내가 느낀 감상은 반대로 순환이 더 큰 의미이고 경제가 부패한다는 부분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오히려 부패가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 순환 사이클을 이룬다는 의미로, 순환의 일부분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더 강했다.

부패와 순환. 참으로 비슷한 뜻을 담고 있으면서도 엄연히 다른 단어.
그리고 이 단어 하나 차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저자에게는 본인의 천연균을 이용한 부패로 빵을 만드는 과정 때문인지, 부패라는 단어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빵 만드는 것과, 부패하는 경제라는 묶음이 필요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경제가 부패한다기보단 순환한다는 것에 훨씬 더 가깝다는 느낌 때문에 저자의 부패하는 경제에 대해 공감을 할 수가 없을 따름이었다.

지역사회에서 원재료를 정당한 값에 구매하고, 직원들에게는 정당한 급료를 지급하며, 만들어진 생산품은 정당한 값에 판매한다. 이렇게 하면 경제가 부패하는가? 여전히 그런 느낌은 미약하기만 하다. 반면 경제가 순환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매우 잘, 이라는 느낌이 따라온다.

하지만 어쨌건 단어의 차이는 잠시 뒤로 미뤄 두고, 기존의 부를 축적하고 늘려가는 것에 치중되어 있는 자본주의를 저자가 말하는 자본의 순환을 통해 좀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몸에 피가 한쪽으로만 흐르면 나머지 부분들이 병들고 종래에는 몸 전체가 죽음으로 향하듯이, 자본 또한 한쪽으로만 쏠리면 그건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쨌거나 이 서평의 결론을 내리자면, 이 책은 '시골 빵집에서 찾은 부패하는 경제'라는 느낌보다는,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의 자서전에 가깝다는 게 내 생각이다.

본인의 가족과 친지 이웃들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고, 가정사와 가족관계, 유년기, 학창시절, 그리고 직장생활, 직장을 떠나서 시작한 빵에 대한 배움, 그리고 결혼과 출산, 스스로 빵집을 열어 가계를 꾸리기 시작한 이야기, 이후로 천연 빵을 만들기 위해 본인이 하고 겪었던 일들…, 그리고 또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소개, 자녀들이 동네에서 지내는 이야기, 가게 영업방침이라든가 기타 등등…….

책의 대부분의 페이지를 차지히고 있는 이 내용들을 읽어 가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자본론이라든가, 부패하는 경제는 그저 약간의 첨가물 정도의 존재감이랄까.......

그리고 나는 이 부분(자서전으로 봤을 때의 이 책)에 있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잘못된 제목 번역인 '시골 빵집에서 굽는 자본론'이라거나, 저자가 좀 억지로 엮은 듯한 '부패하는 경제'에 대해서라면 크게 느끼는 바가 없지만,
천연균을 이용한 빵의 장인 와타나베 이타루의 이야기는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동네의 전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도시와는 다른, 천연으로 빵을 만드는 장인이 살고 있는 곳답게 고전과 자연이 살아 숨쉬는 작은 도시의 풍경과, 그곳에서 묻어나는 천연균을 이용해 구운 빵의 향기는 책을 통해서만으로도 그곳 고유의 독특한 낭만과 정취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의)아이들의 천진과 밝음이 보기 좋았다.

그런 곳에서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면서, 본인이 지향하는 천연균과 빵의 길을 걷는 장인의 모습은 그 존재만으로도 감명을 주는 면이 있다.

그렇지만 역시 꿈과 할아버지 이야기라든가, 본인의 경험만으로 포스트하비스트의 부작용을 확정 짓는 듯한 늬앙스를 주는 부분 등, 보기 불편한 부분들을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부분들만 제외하면 와타나베 이타루라는 천연균 빵의 장인의 자서전이라는 의미로는 매우 괜찮다고 본다.

서평 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2. 2. 18:38

6월 모임 추천 책입니다.

모두 교보문고 sam에서 대여가 가능한 샘스페셜로 준비해 봤습니다.(본격! 샘(재)고처리!)

 

1.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저 / 돌베개 출판 / 428 페이지

종이책 16,200원 / e북 11,340원 (인터넷 기준)

 


담론

저자
신영복 지음
출판사
돌베개 | 2015-04-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리 시대의 스승 신영복 선생 강의의 모든 것『담론?신영복의 마...
가격비교

 

 

2.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원제 - The sense of an ending)

줄리언 반스 저 / 최세희 역 / 다산책방 출판 / 268 페이지

종이책 11,520원 / e북 8,100원 (인터넷 기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저자
줄리언 반스 지음
출판사
다산책방 | 2012-03-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11 영연방 최고의 문학상 맨부커상 수상작! 영국 문학의 제...
가격비교

 

 

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원제 - How to steal a dog)

바바라 오코너 저 / 신선해 역 / 놀 출판 / 272 페이지

종이책 11,520원 / e북 8,070원 (인터넷 기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저자
바바라 오코너 지음
출판사
| 2014-11-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김혜자, 이레, 강혜정 주연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가격비교

 

 

투표 시작합니다~ (뚜둥!)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5. 26. 11:42

2015년 2월, 독서모임 다독다담을 통해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읽게 되었다.(아마도 혼자였다면 읽지 못했을 책이기 때문에 같이 읽어 준 다독다담 회원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처음 산 것은 2014년이었다. 거의 1년 정도 전. 새벽감성에 젖어 의미 없이 인터넷 웹페이지를 뒤적거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멍하니 모니터를 훑고 있던 나의 정신을 확 붙들어 당기던 한 구절이 있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그 구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나는 그 구절에 시선을 빼앗겨 한참을 쳐다보았고, 찌르르 울리는 가슴과 함께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구절이 목민심서에 담겨 있는 글이라는 글쓴이의 소개말을 보고 '아! 이런 구절이 담겨 있는 책이라면 반드시 사서 읽어 봐야겠다'라는 마음에 바로 인터넷 서점에 접속하여 주문을 넣었다.

그렇게 책이 왔고, 결과는 보시다시피 근 1년이 지나서야 이렇게 독서모임을 통해 읽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랄까? 그때 그렇게 나를 끌어당겼던 그 구절은 1년이 지난 지금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난 후에도 그게 어떤 구절이었는지 찾지 못했다. 하하...;;

아무튼.

나는 전문적으로 책 리뷰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게 어떤 책인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구구절절 자세한 설명은 접어 두고, 그냥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만 간단하게(?) 적고 넘어가고자 한다.(그래도 아주아주 간단하게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소개하자면 마을 수령이 되었을 때 행동은 어떻게 하고 마을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한 초보 수령 지침서이다.)

 

책에서 다산은 이렇게 얘기한다.

[사대부의 벼슬살이하는 법은 언제라도 벼슬을 버린다는 의미로 '버릴 기(棄)' 한 자를 벽에 써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눈여겨보아야 한다. 행동에 장애가 있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거나, 상관이 무례하거나, 내 뜻이 행해지지 않으면 벼슬을 버려야 한다. 감사가 내가 언제든지 벼슬을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며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난 후에라야 비로소 수령 노릇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부들부들 떨면서 자리를 잃을까 저어하여 황송하고 두려워하는 말씨와 표정이 드러나면, 상관이 나를 업신여겨 계속 독촉만 하게 될 것이니 오히려 그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은 필연의 이치이다. 그러나 상관과 하관의 열이 본래 엄한 것이니, 비록 사의를 표명하여 관인을 던지고 결연히 돌아가는 지경에 이르더라도 말씨와 태도는 마땅히 온순하고 겸손하여 털끝만큼이라도 울분을 터뜨리지 않아야 비로소 예에 맞다고 할 수 있다.] 정선 목민심서 97.p

나 자신의 문제이든 외부에 의한 문제이든 정상적으로 수령의 업무를 볼 수 없다면 그 자리를 버려야 한다.

동시에 그 자리를 버리고 나올 때의 모습에 예를 잃지 말아야 한다.(책을 보면 알겠지만 다산은 항상 예를 강조한다.)

 

현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는 참으로 무겁게 다가오는 메시지이다.

당장 나부터도 자리를 버리고 나온다는 건 쉽게 실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다산의 말이 백 번 옳다는 걸 안다. 언제라도 자리를 버릴 수 있어야만 제대로 업무를 볼 수가 있다. 그러지 않고 자리에 연연하고 본인의 안위에만 신경을 쓴다면 어찌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있으며, 특히 공직이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비리와 부패를 피해갈 수 있을까.

비리와 부패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들려오는 이 시대, 다산이 말하는 것과 하늘 끝 반대의 위치에 있는 안정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 고민하지 않고 지나갈 수가 없는 메시지이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이상을 좇기엔 지금의 자본 중심 사회의 현실이 구조적으로 비틀어져 있기 때문이다. 도둑질이 나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직업과 돈이 없어 갓난아이 먹일 분유를 훔치는 어미를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산이 말한 언제라도 자리를 버릴 수 있음과 현시대의 자본중심 사회구조, 안정추구, 부패, 비리 등의 문제는 무엇이 옳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하기엔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답은 못 내리더라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볼 만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특히나 나에게 무겁게 다가왔던 다산 정약용의 메시지.

여기서 마치겠다.

 

 

 

 

p.s.

끝이 조금 그렇지만, 나는 밝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정선 목민심서

저자
정약용 지음
출판사
창비(창작과비평사) 펴냄 | 2005-03-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
가격비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2. 18. 20:48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