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늦어서 죄송합니다. 항상 제가 자주 늦지 않나 생각하며, 죄송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늦게 와서 일찍 가서 더 죄송하구요.

 


선셋 리미티드

저자
코맥 매카시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5-01-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시대 진정한 거장 코맥 매카시가 그려내는 삶과 죽음, 희망과...
가격비교

 

이번의 책은 여태까지 모임 책 중 제일 짧은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짧다고 내용이 단순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야기나누던 도중 제가 인상깊었던 람님의 질문에 대해서 언급하겠습니다.

람: 이 백인 교수가 나가서 죽었을 것 같은지? 살았을 것 같은지?

이렇게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는 점이 독서 모임의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냥 나가서 살았겠지 하고 말았거든요. 반면 람님은 이러한 열린 결말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도록 도화선에 불을 붙여 주십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다른 두 분은 이러한 답변을 해 주셨는데요.

 

냠: 살았을 것 같다. 앞으로도.

아르하: 그날 하루는 살았을 것이다.

냠: 어둠의 에너지를 이정도 갖고 있는 사람이 과연 자살을 할까? 진짜 에너지가 없는 사람이 자살을 한다.

나: 에너지가 없으면 자살하지 못한다. 자살은 에너지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이 한다. 자살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냠: 저는 백이라는 캐릭터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요.

람: 이 백인은 '지성'을 대표한다. 그래서 모르는 이들은 모르지만 이 지성인은 '너무 많이' 알아서 죽음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평론을 읽었다.

아르하: 저도 느낀 게 '역사를 몰랐을 때는' 잘 몰랐고 역사가 항상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히틀러 시대를 읽고 '인간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 '정말로 세계가 이렇게 타락했구나.'하는 생각이 들며 매우 놀랐다.

람: 그런데 역사를 통틀어 정말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다. 행복하고 자비롭고 이렇지 않고 항상 싸우고 한다. 지금 테러가 어쩌고 하지만 옛날엔 십자군이 있었다. 이런 '야만의 시대'가 아니었던 적이 한 순간도 없다. 지금은 '문명의 탈을 쓴 야만'일 뿐이다.

아르하: 도판으로 보는 역사책이 있다. 반도 읽지 못했다. 책이 너무 역겨웠다. 누가 누구를 몇 명을 죽이고, 땅을 정복하고, 쫓아내고, 이런 내용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교수는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다. 이 사람은 '문명'이나 '세계 전체'를, 암울한 면을 상징하는 것 같다.

최근 읽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에서 제가 느꼈던 부분입니다. 역사는 결코 달콤하지 않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해피 엔딩은 동화 속에서나 존재한다는 거지요. 그런 점에 대해 다른 분이 공감한다고 느꼈습니다.

세계가 이렇게나 타락했기 때문에 더욱 더 열심히, 나 하나라도 좋은 일을 하면서 잘 살아야 하는게 아닌가 하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읽지 않은 재밌어 보이는 책에 대해서 람님과 아르하님께서 이야기를 나누며 무자비하게 결말을 알려주셨습니다... 이게 이런 느낌이군요. 보통은 저와 아르하님이 SF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두 분이 가만히 듣고 계셨는데...;; 

 

람: 같은 작가의 '로드'를 읽고 매우 좋았다. 절망적인데 아름답다. 어둡고 깜깜한데 희망이 있다.

냠: 안 읽었다. 스포하지 말라. 핵전쟁 후에 황폐한 폐허에 꽃 한 송이 피어 있는 느낌인가?

람: 아니 꽃이 아니라 싹 같은 느낌이다. 좀 약하고 비리비리한게 필랑팔랑한...?

냠: 에일리언 생각난다. 영화 마지막에서 여주인공 뱃속에 아기 에일리언이 있는.. 그게 에일리언 쪽에선 희망 아닌가.

 

냠님의 얘기가 이날 중 제일 웃겼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일리언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냠님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작가의 필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람: 이 사람이 정말로 글을 잘 쓴다. 앞뒤 설명을 하지 않고 풍경을 얘기하는데 확 와닿는다.

냠: 흑인이란 캐릭터만 봐도 작가가 글을 얼마나 잘 쓰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입체적이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니 대단하다.

아르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면 세상이 얼마나 타락했는가 하는 이야기를 한다. 당시의 선생들이 어떤 고민을 했나? 애들이 지각한다, 숙제를 하지 않는다, 이런 게 있다. 지금의 선생들이 하는 고민은 '애들이 마약을 한다. 기관총을 가져온다.' 

(중략)

아르하: 프랑스 혁명에서 시작해서 히틀러의 시대로 갔다.

람: 제가 여자 입장에서 여자 문제에 관심이 많다. 경악했던 건 영어 관용 표현 중 '엄지의 법칙'이란 관용구가 있다. 그냥 '이런 모임은 몇 시간 합니까?' '대충 2~3시간 하죠.' 하는 것이다. '커피는 얼마 정도하죠?' '4~5천원 합니다.' 같은 걸 말한다. 엄지의 법칙 중 '옛날에 남자가 자기 마누라를 때리며 벌을 줄 때 회초리가 엄지보다 두꺼우면 안 된다.' 가 있는데 이게 당시엔 상식이었다. 캘리포니아 법에 의하면 여성에 대해서 강간이 성립하려면 여성이 '결혼한' 사람이어야 한다. 여성이 '남편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남편의 소유물이 아닌 여성은 강간을 당할 수 없다고. 이 법은 지금도 사문법으로 살아있다고 한다. 

냠: 정리 좀...

람: 결론은 백인 교수가 절망스럽다, 세상이 이렇다...

아르하: 세상은 수용소같다고 느낄 정도로 교수는 우울하게 느낀다. '붓다'에 대한 책을 읽었다. 붓다는 어렸을 적 왕자로 사치스럽게 자라다가 인간이 '살인을 하거나' '늙거나' '아프거나' 하거나 하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이 교수처럼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차 있고 세상이 엉망이라고 느낀다. 교수는 자살을 선택하고 붓다는 그걸 뛰어넘으려고 한다.

기독교는 어떤가?

람: 구세주를 기다린다. 세상은 생지옥이라고 생각하고...

아르하: 불교도 삶은 고통이라고 한다. 불교와 비슷한 점이 있는 듯싶다. 
부처는 내가 다시 돌아와서 너희들을 해방시켜 준다고 하지는 않고, 이 사는 '고통'을 어떻게 잘 견디고 살아갈 수 있는지 가르쳐 주려고 한다.
 
람: 불교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얼마 전 좋은 이야길 들었다. 어떤 부당한 일을 당한 것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이었다. 부정한 일을 저지른 다른 사람 때문에 내게 피해가 왔다고. '배를 타고 가다가 어떤 배가 자기 배에 와서 부딪혔다. 내 배에 부딪혔는데 그 배가 빈 배면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이 탄 배면 화를 낸다. 그 배에 사공이 있건 없건 내가 입은 피해는 같다. 그런데 왜 화를 내나.' 

냠: 글쎄요? 말장난같다.

람: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다. 원효대사의 해골바가지 물 이야기와 같다.

냠: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넷에 비슷한 말이 있다. '정신승리'라고.

아르하: 그런 가능성을 열어놓는 거다. 100%에서 10%라도 자기 마음에서 '결과는 이미 일어났으므로' 나의 마음을 치유하는 거다. 

람: 제 개인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벌레'를 싫어하고 무서워한다. 벌레가 집에 있거나 음식에 있으면 짜증이 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얘들도 먹고 살아야지.' 하고 생각하니 벌레가 있어도 마음이 편하다. 

아르하: 화단에 보면 꽃에 벌레가 끼어 잎을 갉아먹는다. 그런데 걔네도 생명이니까 지금은 그냥 둔다. 너희도 먹고 살아라. 살아봤자 얼마나 살겠나. 

람: 누가 봤을 땐 저희도 벌레일지도 모르고.

아르하: 나방이 싫었다. 그런데 나비나 나방이나 다 생명이고 살아봤자 또 얘들이 얼마나 살겠나. 

백마리 중에 열댓마리 살아남고 번데기 시절을 겪고.

람: 이틀째 살아남아있으면 화가 나서 벌레를 죽이긴 한다... 

냠: 게임하시면 매우 고랭크까지 올라가실 수 있을 것 같다.
팀게임인데 팀원들이 피해받는걸 싫어한다. 타 팀원 중 한 명이 잘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화를 낸다. 그럼 상위 랭크에 올라가기 힘들다. 상위 랭크가 되려면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잘하실 거다.

아르하: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 '요리'에 대한 부분이었다. 고급 스테이크를 할 수 없으면 새로운 요리를 개척해야 한다. 

람: 원문은 이노베이션, 혁신이다.

아르하: 세상의 모든 문명이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진화론처럼. 진화라는 게 '불리한 개체'에서 생겨난다. 잘먹고 잘사는 애는 진화할 필요가 없고 적응만 하면 된다.

요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세상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았다.

 

그렇게 서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마지막에 냠님이 던진 질문이 좋았습니다.


냠: 이 사람이 삶을 포기하는 건가 죽음을 선택하는 건가?

아르하: 흑인은 삶을 포기하는 걸로 보고, 백인은 죽음을 선택하는 걸로 보는 거 아닌가?

람: 백인은 자살에 대해서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한다. 

 

즐거운 모임이었습니다.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다음 모임에서는 'SF 명예의 전당 : 전설의 밤' 으로 뵙겠습니다. 

by 하나씨 2015. 3. 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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