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독서모임 다독다담을 통해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읽게 되었다.(아마도 혼자였다면 읽지 못했을 책이기 때문에 같이 읽어 준 다독다담 회원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처음 산 것은 2014년이었다. 거의 1년 정도 전. 새벽감성에 젖어 의미 없이 인터넷 웹페이지를 뒤적거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멍하니 모니터를 훑고 있던 나의 정신을 확 붙들어 당기던 한 구절이 있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그 구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나는 그 구절에 시선을 빼앗겨 한참을 쳐다보았고, 찌르르 울리는 가슴과 함께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구절이 목민심서에 담겨 있는 글이라는 글쓴이의 소개말을 보고 '아! 이런 구절이 담겨 있는 책이라면 반드시 사서 읽어 봐야겠다'라는 마음에 바로 인터넷 서점에 접속하여 주문을 넣었다.

그렇게 책이 왔고, 결과는 보시다시피 근 1년이 지나서야 이렇게 독서모임을 통해 읽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랄까? 그때 그렇게 나를 끌어당겼던 그 구절은 1년이 지난 지금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난 후에도 그게 어떤 구절이었는지 찾지 못했다. 하하...;;

아무튼.

나는 전문적으로 책 리뷰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게 어떤 책인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구구절절 자세한 설명은 접어 두고, 그냥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만 간단하게(?) 적고 넘어가고자 한다.(그래도 아주아주 간단하게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소개하자면 마을 수령이 되었을 때 행동은 어떻게 하고 마을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한 초보 수령 지침서이다.)

 

책에서 다산은 이렇게 얘기한다.

[사대부의 벼슬살이하는 법은 언제라도 벼슬을 버린다는 의미로 '버릴 기(棄)' 한 자를 벽에 써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눈여겨보아야 한다. 행동에 장애가 있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거나, 상관이 무례하거나, 내 뜻이 행해지지 않으면 벼슬을 버려야 한다. 감사가 내가 언제든지 벼슬을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며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난 후에라야 비로소 수령 노릇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부들부들 떨면서 자리를 잃을까 저어하여 황송하고 두려워하는 말씨와 표정이 드러나면, 상관이 나를 업신여겨 계속 독촉만 하게 될 것이니 오히려 그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은 필연의 이치이다. 그러나 상관과 하관의 열이 본래 엄한 것이니, 비록 사의를 표명하여 관인을 던지고 결연히 돌아가는 지경에 이르더라도 말씨와 태도는 마땅히 온순하고 겸손하여 털끝만큼이라도 울분을 터뜨리지 않아야 비로소 예에 맞다고 할 수 있다.] 정선 목민심서 97.p

나 자신의 문제이든 외부에 의한 문제이든 정상적으로 수령의 업무를 볼 수 없다면 그 자리를 버려야 한다.

동시에 그 자리를 버리고 나올 때의 모습에 예를 잃지 말아야 한다.(책을 보면 알겠지만 다산은 항상 예를 강조한다.)

 

현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는 참으로 무겁게 다가오는 메시지이다.

당장 나부터도 자리를 버리고 나온다는 건 쉽게 실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다산의 말이 백 번 옳다는 걸 안다. 언제라도 자리를 버릴 수 있어야만 제대로 업무를 볼 수가 있다. 그러지 않고 자리에 연연하고 본인의 안위에만 신경을 쓴다면 어찌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있으며, 특히 공직이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비리와 부패를 피해갈 수 있을까.

비리와 부패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들려오는 이 시대, 다산이 말하는 것과 하늘 끝 반대의 위치에 있는 안정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 고민하지 않고 지나갈 수가 없는 메시지이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이상을 좇기엔 지금의 자본 중심 사회의 현실이 구조적으로 비틀어져 있기 때문이다. 도둑질이 나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직업과 돈이 없어 갓난아이 먹일 분유를 훔치는 어미를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산이 말한 언제라도 자리를 버릴 수 있음과 현시대의 자본중심 사회구조, 안정추구, 부패, 비리 등의 문제는 무엇이 옳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하기엔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답은 못 내리더라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볼 만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특히나 나에게 무겁게 다가왔던 다산 정약용의 메시지.

여기서 마치겠다.

 

 

 

 

p.s.

끝이 조금 그렇지만, 나는 밝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정선 목민심서

저자
정약용 지음
출판사
창비(창작과비평사) 펴냄 | 2005-03-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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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비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2. 1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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