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저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4-07-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단 한 권의 데뷔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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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많이 읽은 소설은 영미소설인것 같다. 그것도 장르소설이 아닐까? 그리고 그 다음이라면 한국 소설일테고, 북유럽의 소설은 거의 첨인가. 전에 한번 읽었던가? 그래서 그런지 몇가지 낯선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스타일 자체가 가볍게 접근하는걸 허용해서 그런지, 책장은 잘 넘어가는 편이며(실제 전자책을 읽었으므로 정말 책장을 넘기진 않았다. 이것도 관용어가 되는 걸까?) 가독성이 무척 좋았다.

사실 이 책을 읽은 동기는 독서모임 때문이다. 독서모임이 아니면,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이런 말은 절대 절대 아니다. 충분히 괜찮은 소설이였다. 다만, 내 독서가 무척 한정적인 편이고 읽고 싶은 책이 줄을 서 있기 때문에, 아마도 독서모임에서 다루지 않았다면 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일단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있는데, 첫 부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고 두번째는 스웨덴이다. 둘다 잘 모르는 나라다. 이 소설이 단순히 배경만 그런게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을 기반으로 쓰여진것이라. 그렇다고 이 소설을 역사소설이나... 사실적인 소설은 아니다. 다만 역사적인 큰 사건이 나오며, 남아프리카의 흑인이 주인공이다보니 아무래도 남아프리카의 역사에 대해서 조금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아쉬움이란게... 이렇다. 보통은 소설에서 역사적인 배경을 전혀 몰라도 상관없는게 작가가 자연스럽게 그런 역사적 배경이나 당시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기 때문인데... 이 소설도 초반엔 그런걸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반부터 이 소설은 갑자기 스웨덴으로 무대가 옮겨지면서 문제가 생기는데... 마치 작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안에서의 주인공에 대해서 깊이 알고 싶지 않은것 같다란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녀를 왜 스웨덴으로 불렀을까? 내가 이 소설에 가장 불만인 것은 마치 작가가 이야기의 시작은 복잡미묘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가장 소수자였던 흑인 소녀로 부터 시작하지만, 그래서 그 이야기가 본격적인 막을 올리려고 할때 난데없이 그녀를 스웨덴으로 데려가고 만다. 물론 이 부분이 소설의 전부라고 한다면 뭐라고 비판을 하겠냐만은.... 갈등이 시작되지만 그 해소가 좀 뭔가 어색하다는게 이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이다.

 

이것이 작가의 고유 스타일이다라고 한다면... 글쎄, 거기에는 어떤 불만이 있을 수 있겠는가? 다만, 수많은 다른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은 작가가 피해간 문제들을 좀더 내밀하게 다뤘는데 작가는 그것을 슬쩍 피해간듯 느껴지니... 그러므로 작가 역량의 문제가 아닐까? 마치 흑인 소녀를 스웨덴으로 망명시킨것 조차도 작가가 글을 쓰기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면 소설의 사건이나 등장인물이 허구로 느껴진다. 사실 소설은 허구가 맞는데... 소설을 읽을 동안은 진실로 느껴져야 한다. 때문에... 이 소설의 최대 단점은 모든 이야기가 지나치게 꾸민듯한 느낌을 받으며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크게 심리적인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은 두리뭉실 잘 해결 되겠지,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난 이런 식의 느낌이 작가의 스타일인지, 아니면 북유럽, 아니면 스웨덴 소설의 특징인지는 잘 모른다. 이 책 한권을 읽었을때는 작가의 역량이 그것 밖에 되지 않는가? 하고 생각할 뿐이다.

 

소설은 유쾌했다. 초중반까지 몰입해서 읽을 정도로 사건이나 배경.. 등등 모든게 아주 좋았다. 중반부터는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솔직히 얘기해서 후반부에 가서는 좀 지겨웠던게 사실이다. 많은 작가들이 특수한 배경과 특수한 등장인물을 선택한다. 그런후 별난 사건이 생기고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탁월하게 묘사한다. 물론 많은 작가라고 했지만... 이 작가들은 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중반 이후에 급격하게 긴장감을 잃는다. 결국에 가서는 스웨덴 만세!인가? 그런 느낌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여러면으로 번뜩이고 재치가 넘친다. 등장인물들, 사건들, 모두 흥미롭다. 중후반은 좀 많이 아쉽지만... 혹시나 이 서평의 서두에서 말했듯이 내가 지나치게 영미소설이나 한국 소설에 익숙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2. 2. 20:11

 


팔레스타인

저자
조 사코 지음
출판사
글논그림밭 | 2011-03-30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9.11 테러의 심리적 뿌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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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 서평을 쓰지 않았더군요. 이유는 뭐... 그렇죠. 게을러서..ㅎㅎㅎㅎ 물론 제가 읽을 책 모두를 서평 쓰는 건 아닙니다. 못쓰는 건 책이 형편없는 경우가 있구요. 서평을 쓸 가치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에서 말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앞서 이유의 정반대인데... 책 자체가 너무 좋다보니... 감히 무슨 말을 해야할까? 어려움을 느껴서 서평을 빼먹기도 하죠. 근데 최근에는 더 그럴싸한 이유가 생겼는데... 그건 제가 그냥 게을러서입니다.

 

암튼, 이 책을 사게 된건 아주 우연하게도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다가, 조금 더 책을 사기 위해 반값 세일을 하는 책들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사게 된건데, 제가 이쪽, 그러니깐 만화이긴 한데... 약간 시사적인 만화? 그래픽노블? 아 그래픽노블은 아니군요. 아무튼 이런 만화를 잘 모릅니다. 최근에서야 <하비비>같은 멋진 작품을 알게 되었으니깐요. 어쨌든 우연히 산 책인데... 읽고 나서 적잖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책소개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작가가 팔레스타인에 직접 들어가서 취재한 내용을 만화로 그린겁니다. 아주 생생한데요. 그곳에서 직접 본것들 증언들을 있는 그대로 그린건데... 일종의 리포르타주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근데 여러분은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얼마나 아시나요? 티비에 자주 나오고 이런저런 신문기사를 많이 봐서 그래도 많이 안다고 생각한게... 저도 마찬가집니다.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에 대한 이야기는 벌써 수십년째 계속 되고 있으니깐요. 놀랍게도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아는게 하나도 없구나. 아주 단순한 사실만 알고 있었구나, 표면적이고 단적인 사실 몇가지만 알고 있었지. 실제로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어떻게 자행되는지 잘 알지 못하니깐요. 그렇다고 이 책한권을 읽는게 아주 세밀하게 지금의 팔레스타인에 대해 알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적어도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다는 말이죠. 제가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책이라곤 <팔레스타인 현대사>빼곤 읽어 본적이 없습니다. 그 책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스라엘과 주변국의 역사를 아주 객관적으로 다루죠. 하지만 그 안에서 정말 어떤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잘 모릅니다. 역사는 그걸 자세히 다루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일을 하죠. 물론 그 관점은 전적으로 작가의 시각입니다. 요즘엔 국내 언론인들이라고 하는 작자들이 받아쓰기를 해서 기사를 내보내죠. 한마디로 양심에 따라 진실을 말해야 하는 작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목숨이 위태로운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긴 밥줄이 끊어지는건 목숨과 연관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테지만요. 어찌되었던 제대로된 작가라면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당연하죠. 물론 그 진실이란건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책도 팔레스타인이 당한 부당함에 대해서 얘기 합니다. 그는 미국인이고 팔레스타인에 들어가서 증언을 기록해서 재구성하죠. 직접 경험한 것들도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객관적이다란 느낌을 받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네요.

직접 한번 보시면 좋겠네요. 도서관에 있으면 빌려서라도 한번 보세요. 팔레스타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왜 그런걸 궁금해야 할까?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도 계실겁니다. 글쎄요. 한번은 제가 슈퍼에 맥주를 사러 갔는데, 마침 티비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뉴스가 나오더군요. 슈퍼 아주머니가 그걸 보시더니 왜 저기는 맨날 싸우는거야? 라며 물어보셨는데... 그게 저에게 물어봤다기보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시 같았습니다. 관련책을 읽었으니 왜 싸우는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쉽게 설명이 안되더군요. 근데 저도 그 안에서 어떤 일이 구체적으로 일어나는지는 몰랐습니다.

 

 

 

(왼쪽이 조 사코인데... 구글링 해서 사진을 보니 실물은 훨씬 미남이더군요. 이 만화책 텍스트가 정말 꽉 차 있습니다. 만화가 코믹하기도 하구요. 팔레스타인의 지칠줄 모르는 차대접 문화는 정말 웃기더군요. 또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이야기죠.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봐야겠습니다. 이유는 뭐.... 그런거죠. 내 나라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지만, 그건 분명 부당한 일이고, 관심을 가지는 겁니다. 비판을 위해서 알아야 하는 것처럼요. 그냥 나쁜 일을 나쁘다라고 말하기 위함입니다. 보세요. 요즘엔 이런 아주 단순한 일도 하지 않는 쓰레기들이 많잖아요. 그러니 나쁜일이 일어나면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나쁜지 좋은지 판단하고 나쁘면 나쁘다고 합시다.


그리고 또 최근에 팔레스타인 공습과 관련해서 뉴스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스라엘이 건국 된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강대국의 이해관계에서 출발한게 맞긴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팔레스타인의 일들을 나치의 홀러코스트와 굳이 연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교는 해도 되겠죠. 그러나 종종 게시판을 돌아다니다보면 이스라엘을 비판하기 위해 히틀러를 찬양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정말 역겨운 일입니다. 역사를 잘 이해 못해서 무지의 결과일지는 모르나. 무엇을 이야기 하기 전에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니 우리 시대에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는 미친놈들도 있는 거죠. 전혀 연관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치가 저지른 학살은 옹호되어서는 안되죠. 암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2. 2. 09:01

 


그림 속의 고양이

저자
스테파노 추피 지음
출판사
예경 | 2012-11-30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호화로운 귀족의 저택, 소박한 농부의 오두막, 가진 것 하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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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노 추피의 미술 책이 국내에 꽤 번역이 되었다. 그렇게 보면 국내에서 꽤 인기있는 작가인듯 하다. 비교적 대중적인 미술책들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천년의 그림 여행>을 샀다가 아는 지인에게 선물로 줬는데, 그 책은 도판도 예쁘고 내용도 나쁘지 않지만, 약간 내용이 심심했다. 이 책은 고양이가 등장하는 그림이 시대별로 쭉 보여주는데, 도판이 참 많다. 기본적으로 도판이 많은 책을 선호한다. 곰브리치 교수도 서양미술사에서 가능한 더 많은 도판을 실으려고 했는데... 개정판을 내면서 도판의 수를 늘렸다. 이른바 설명하는 미술이 아니라 보여주는 미술을 원했던 것이다. 원화를 보기 힘든 상황에서 도판이 풍부한 미술책은 환영받을 만 하다. 게다가 요즘엔 도판 인쇄 품질도 훨씬 좋아졌으니깐, 웹에서 검색하면 다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웹에서 고해상도 도판을 찾아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색이 문제다. 사실 인쇄된 도판도 원화랑 엄격히 비교해서 색감이 똑같은지 차이가 나는지는 모르나.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느정도 교정을 봤을테고... 웹에 올려진 그림들은 정말 색감이 제멋대로다. 같은 그림을 검색해도 여러 색상으로 제멋대로 보정?되었기 때문에... 어느것이 원화와 가까운지 알 길이 없다. 전적으로 미술책에 인쇄된 도판을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믿어 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미술책은 말그대로 고양이에 대한 책이다. 고대부터 현대미술까지 고양이가 등장하는 그림을 모아놨는데 작가의 간략한 설명이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으면서도 또 흠잡을 정도로 부실하지 않고 적당하다. 그래서 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읽기 적당하다. 간혹 지나친 해석이 약간씩 있긴있다. 최대 장점이라면 페이지마다 도판이 있다는 점이다. 한장중에 한페이지는 도판이 있으니, 350페이지의 책 안에 방대한 도판을 구경할 수 있다. 풍부한 도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삼아 읽을만 하고 미술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고양이와 상관없이 흥미롭게 읽을 만 하다.

 

 

고양이는 사실 그림의 주제라보기 보단 과거엔 거의 장식적인 면이 강했다. 물론 풍자화에서 종종 주제로 부각되기는 하지만 대개 그림에서는 거의 장식이였다. 혹은 중세때는 상징으로 쓰였으나, 중세에는 고양이의 이미지가 부정적이라서 그림에 등장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이 그림은 펠릭스 발로통의 목판화로 1896년 작이다. 흔히 나비파 분류되는 화가인데, 아누르보 느낌도 나고, 무엇보다 이 도판이 굉장히 강렬해서 한참을 쳐다봤다.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이런 장면이 낯익을 수도.... 과거에 고양이가 장식적인이였다면, 이 그림에서는 주제안에 들어와있다. 여기서 고양이를 빼버린다면 그림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로통의 다른 그림에서도 비슷한 주제의 그림을 찾았다. 책을 읽다가 막 잠이 든 처자...ㅎㅎㅎ를 고양이가 잠들었는지 확인하려는 듯 침대 위에 발을 올려 놓고 있다. 고양이는 저런 행동을 자주 하는데, 우리집 고양이도 소파에 누워있으면 손이나 얼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 그러다가 차가운 코가 피부에 닿기도 하는데, 그러면 고양이가 뽀뽀라도 해주는 듯한 착각을 종종 하곤 한다. 이런 주제들은 고양이가 장식적인 요소에 그치지 않고 온전히 그림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든다. 예를 들어 과거 그림들에서는 고양이는 다분히 장식적이다.

 

 

미술사 시기로 보자면 르네상스 시기에 그려진 페데리코 바로치의 수태고지에서 도판 하단에 고양이는 천사가 나타나서 임신을 알리는 중요한 시점에 완전히 잠에 빠져있다. 르네상스 시기지만, 화려한 파스텔톤의 색감을 제외하곤 중세 그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창 밖풍경만 이채로울 뿐이다. (고대 나사렛 가정집 대신 화가의 고향인 우르비노 궁전을 묘사했다[각주:1]) 여기서 고양이는 평안한 집안을 상징하는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림에서 고양이를 지운다고 해도 별 차이는 없을 것이다.

 

 

바로치의 그림보다 몇년 전에 그려진, 로렌초 로토의 그림은 지난번 '독특한 <수태고지> - 로렌초 로토

' 포스팅에서 한번 다룬적이 있는데, 매우 사실적으로 어느날 처녀의 방에 불쑥 나타난 천사에 놀라 도망가는 성모를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책의 저자(스테파노 추피)는 이 부분에서 성모처럼 놀라 도망가는 고양이를 악마적 전율에 대한 오랜 미신을 상기시켰다고 저술하고 있다.[각주:2] 그런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내 짧은 미술의 지식에서는 그냥 고양이도 사람과 똑같이 놀라 달아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세부터 고양이는 불길하게 보았으며, 집안에 숨어 있던 그 불길한 기운을 천사가 쫓아내는 장면으로도 보는것은 타당하다. 예를 들어 성모의 시선은 관람자를 보고 있으며, 그것은 완전히 놀란, 혹은 낯선 남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순수함(천사가 오른손에 쥐고 있는 백합처럼)이라면 힐끗 도망치며 천사를 노려보는 고양이의 시선과는 다르다고 주장 할수도 있겠다. 이 장면 다음으로 소리치는 천사에 말에 성모는 뒤돌아볼것이며 천사를 확인한 후에는 수태고지를 받아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양이는 천사임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도망가는것을 중세로 부터 내려오는 고양이에 대한 악의적 해석으로 볼 수 있는것이다.

 

 

 

 

피에르 보나르가 1912년에 그린 <고양이와 함께 있는 여자>라는 그림을 보면, 더이상 고양이가 장식으로 쓰이지 않았다는걸 짐작케한다. 물론 고양이는 이 초상화의 장식일수도 있다. 그러나 화가가 그린 고양이는 어디서 스케치한 고양이를 가져다가 그림에 배치한것이 아니라는 것을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은 알 수 있을것이다. 저 사랑스러운 고양이 특유의 자세로 여인 옆에 앉아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식탁에 발을 올려놓은 모습은 화가가 그 순간을 직접 스케치하지 않는한 그릴 수 없는 장면으로 그 시간, 그 공간에 같이 있었다는 증거로 더 이상 고양이가 장식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것은 고양이가 미술사에서 그 위치가 확고해졌다던가 위상이 높아졌다는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것은 미술이 변했다는 증거일 뿐이다. 중세에는 그림의 모든 요소가 계산적이며 엄격한(아카데미의 규율) 원칙에 따라 그려졌고 배치되었지만(심지어 색도 규제를 받았다.), 인상주의 이후에 미술은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색을 칠했기 때문이다. 후에 다시 왜곡을 했지만... 어쨌든,

 

사실 책을 다 읽긴 했으나, 미술책은 다 읽는다는건 불가능하다. 특히나 도판이 많은 것은 도판을 구경한다는 것은 늘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새로운 시각에서 볼때마다 그림은 더 많은 다양한 가능성을 내제되어 있기 때문에, 다 봤다. 다 읽었다.라고 하기엔 좀 힘든 면이 있다.(그렇게 따지면 모든 책이 그렇겠지만, 도판을 보는 것은 훨씬 더 그런 면이 있다.) 그래서 미술책은 사서 두고두고 보고 싶어진다. 자매품처럼 그림속의 강아지가 있기 때문에, 고양이든 강아지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미술책도 보고 약간의 설명도 듣고 한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다. 도판의 품질이야 말할것 없이 좋고 또 예경이라는 미술책 전문 출판사에서 나온것이니 믿을 만하다. 저자도 무척 유명한 사람이니 내용도 나쁘지 않다.

  1. 스테파노 추피, 그림 속의 고양이, 예경, p116 [본문으로]
  2. 스테파노 추피, 그림 속의 고양이, 예경, p335 [본문으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2. 1. 11:38

 

 


내 손으로 발리 BOOK + 내 손으로 NOTE

저자
이다 지음
출판사
NEWRUN | 2014-12-10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카메라 없는, 핸드메이드 여행일기를 들여다보다!일러스트레이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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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최근에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있다. 그게 두달은 넘은것 같은데, 겨우겨우 독서 모임 때문에 한달에 책 한권을 읽는 정도였다. 당연히 오랜만에 독서 모임과 무관하게 읽은 책이며, 올해의 첫 책이다. 또 우연하게도, 어제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란 영화를 봤는데, 거기에 발리가 나온다. 마치 그 느낌이, 꼭 쇼생크 탈출에서 마지막 장면처럼 낙원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난 발리에 대해서 잘 몰랐고, 인도네시아도 몰랐고 관련책도 거의 읽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동남아시아에 대해서 전혀 아는게 없었다. 게다가 나는 기행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우연히 <열하일기>를 읽고 단숨에 기행문에 매료되었다. 전에는 기행문이라는 건 내가 거기에 가지 않으면 읽어볼 필요가 없는 책 정도로 취급했다. 난 여행을 많이 안하니깐 당연히 기행문을 읽을 생각을 안해봤다. 아마도 내가 여행을 좀 즐긴다고 해도 기행문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왜 전자제품 사면 설명서 안읽어보고 일단 몰라도 무작정 써보는 타입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근데 좋은 기행문은 그런 생각을 변하게 했다. 기행문이란 여행에서 느낀 것들, 그것이 이성적이든 감성적이든, 그것을 산문 형식으로 쓴 것인데, 꼭 여행의 기록으로만 얘기할 수 없다. 그 안엔 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물론 모든 기행문이 내 구미에 맞는 건 아니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일부를 제외하곤 요즘 기행문이라는 것이 그렇게 좋아보이질 않았다. 요즘엔 블로그에 올라오는 기행문조차도 너무 사진이 많다. 한마디로 디지털 사진의 과잉 시대라서 그런지, 생각해보면 나도 포스팅 하기전에 늘 사진없이 글을 올리는 건 좀 뭔가 허전해서, 어떻게든 사진을 준비한다. 마치 짤방없이 글을 올리면 큰일 나는 것처럼, 최근 여행의 기록들을 보면 온통 사진뿐인데, 사진은 참 편하고 사실적이긴 하지만, 그 만큼 재미는 없다. (사진 자체가 재미없다는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진이 너무 흔해서 그럴꺼다. 영국의 근대회회사를 읽다보면 풍경화가 발전한 것이, 그때는 사진이 없었기 때문에, 풍경화가 상업적으로 발달했다고 한다. 낯선 곳의 이국적인 풍경, 주로 자연풍광을 사실적으로 그린것에 사람들이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근데 따지고 보면 여행의 기록을 동영상으로 남기든 사진으로 남기든, 글로 남기든 그림으로 남기든, 각각의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기록적인 면에선 다 똑같다. 물론 여기서 조금씩 차이는 있다. 각각의 형식에서 저마다 구사하는 능력도 다를것이고 그림을 통해서 포착해내는 것이 사진보다 뛰어난 사람도 있고 그 반대도 있을것이고 기록하지 않고 오히려 그냥 갔다와서 사람들에게 재미나게 이야기하는 것을 더 잘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방식은 사실 상관없다. 단지 요즘에 기행의 기록이 사진이 너무 많아서 흔해빠지고 지루하다는 것일 뿐이다. 그 안에서도 물론 옥석은 있을 것이다. <내 손으로 발리>를 펴 들었을 때 놀란 점은 모두 손으로 쓴 책이란 점이다. 마치 중세시대 부자들을 위해 기도서 같은것과 비슷하다. 거기에는 손으로 쓴 글씨와 정교한 장식이 그려졌고 더 비싼 책에는 화려한 채색화까지 그려져 있다. 예전에 딱한번 작가의 전시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몰스킨 노트에 그려진 홍콩 풍경들을 본적이 있는데, 나는 완전히 거기에 매료되었다. 하필 나도 전에 홍콩을 갔다왔는데, 수백장의 흑백사진을 갖고 돌아왔고, 생각해보면 나는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아니였다. 만약 그 때 내가 짧은 홍콩 여행의 기록을 남겨야 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사진을 포기하고 글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단순하게도 내가 사진보다 글을 더 잘 쓰기 때문이다.(물론 잘쓴다라는 뜻은 상대적인 의미다.) 어쨌든 이 책은 글자가 번진것까지 인쇄되어 있어서... 책을 계속 읽다보면 마치 내가 길을 걸어다가다 우연히 길에 떨어진 <발리 여행의 기록을 상세하게 적은 노트>를 줏어서 나도 모르게 읽어본 그런 느낌이 든다. 이것은 사실 책의 본질이라고 할만한다. 작가는 글이든 사진이든 그림든, 그런 방식을 통해서 내가 느낀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것은 캔버스나 필름, 혹은 원고에 담겨지고 다시 그것은 가공된다. 수정을 하고 보정을 보며, 전시를 위해 액자에 넣어지고 조명을 설치한다. 인쇄를 하기 위해 타이포작업을 하고 편집을 하고 갖가지 과정을 통해서 사진들에게 보여진다. 그러나 이 책은 후반부에 어떤 작업이 생략되어 있는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생략되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종의 속임수라고 하면 속임수인데... 작가가 작성한 노트의 원고의 초고 상태를 수정없이(수정없는 것처럼) 펼쳐 보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것은 언뜻 새로울것이 없지만, 요즘 같은 시대엔 또 굉장히 새롭게 느껴진다.

 

글을 쓰는 형식적인 면에서도 편안하다. 종종 나는 블로그 포스팅을 할때도 늘 형식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단순히 잡담하는게 아니라 좀 더 형식을 갖추고 써야 할 때는 어려움을 느끼는데, 아무래도 글쓰기라는게 좀 그런면이 있다. 소설을 쓸 때도 소설의 형식에 벗어나지 않지만 좀 더 참신하고 매끄럽게 쓰려고 노력한다. 서평도 그렇고 모든 글에는 그런게 있다. 책 앞 페이지의 지도 그림을 보면, 기행문의 형식을 지킨것 같지만, 곳곳에 산문들은 굉장히 자유롭다. 발리 역사 요약이나 정보 요약, 쇼핑한 물품들, 음식 소개, 등등.. 일기 형식 중간중간에 자유롭게 배열되어 있는데, 읽기 편하다. 기행은 사실 대부분의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서술하는게 보통이고 이 책도 그 형식을 따른다. 다만 중간 중간 다양한 주제들을 끼워넣었다. 재미난건 열하일기도 이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열하일기도 일기처럼 기록들을 서술하다가 갑자기 책목록이 나오고 소설이 나오고 골동품 리스트가 등장한다. 이런건 사실 기행의 기록과 큰 상관은 없지만 매우 흥미롭다. 그런게 빠졌다면 왠지 아쉽지 않았을까? 어쩌면 기행산문의 독특한 형식일지도 모르겠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나는 기행문을 읽지 않았다. 예컨데 발리에 대한 기행문을 읽는것보다 발리에 대한 역사책을 읽는걸 더 선호했다. 근데 잘 써진 기행문을 읽고 나서 내가 느낀점은 기행문이 단순히 여행의 기록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같은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읽는 책이 아니라, 그 여행에서 작가가 뭘 보고 뭘 느꼈는지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다른 산문이나 소설과 맥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 소설도 그렇지만, 작가가 허구를 통해서 자신이 뭘 보고 뭘 느꼈는지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똑같다. 좋은 기행문을 읽으면 나도 기행문을 한번 써보고 싶다. 문제는 기행문을 쓰는 문제라기보다는 여행, 즉 낯선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능력? 그런 노력을 기행문에선 요구하기 때문에, 그건 쉽지 않을 것같다. 앞서 내가 요즘 여행의 기록은 디지털 사진의 과잉이다라고 한것은 단순히 사진이라는 매체로 기행을 기록한 것을 비판한것이 아니라 그 기록에는 작가가 뭘 봤는지 뭘 느꼈는지 와닿는게 없기 때문이다. <내 손으로 발리>라는 책은 글과 드로잉을 통해서 작가가 발리라는 낯선 여행지에서 뭘 보고 뭘 느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또 그 방식은 작가가 원했던 방식이라는 점이 받아들이는 독자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 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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