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후기란걸 써보는군요. 얼마만인지... 예전엔 좀 쓰지 않았나요? 아... 그게 정말 옛날 일이군요. 모임이 벌써 2년하고도 8개월인가요. 7개월인가가 흘렀네요. 처음 우리가 만났을때가 2012년 10월인가요. 11월에 정식 모임을 하기전에 모인것 같은데..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네요. 서래마을의 어떤 카페였던가. 그때 4명이 만났을때는 이렇게 길게 독서모임을 할꺼라곤 생각안했습니다. 그냥 책이야기를 하는게 즐겨웠죠. 정말 두서없고 정말 주제도 없이 책과 관련된 주변 이야기를 몇시간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어찌나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가는지... 근데 생각해보면 책 이야기를 그렇게 길게 누구와 주고 받은 적이 없어서요. 제 주변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지도 않지만... 장시간 책 이야기를 해본적이 없었거든요. 저는 그 예비모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너무 즐거운데... 어떻게 이렇게 즐거울 수 있지? 하고 생각해보곤, 아... 한번도 이렇게 책이야기만 몇시간씩 한적이 없구나.. 깨달았죠. 그래서 즐거웠구나. 그랬구나... 하구요.
어제 저는 완전 실수를 많이 했어요. 첫째론 금요일 밤 11시 30분에 문득 내일 스터디룸 예약을 안한 게 생각난거에요. 정말 제 자신이..... 믿을 수가 없더라구요. 아니 어떻게 그 중요한 예약을 까먹을 수 있었을까.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아침에 득달같이 예약을 했는데... 다행이 예약이 되어서...ㅠㅠ 그나마 정말 다행이였습니다. 아니면 길바닥에서 모임을 할뻔 했잖아요. 두번째 실수는 처음 오시는 분에게 방 번호를 알려드려야 했는데....-.-;;; 생각해보니 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구요. 왜 미리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것 조차도 모임 한시간 전에 생각을 한거에요. 정말 어제는 제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물론 금요일에 너무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는 개인적인 변명을 좀 덧 붙여 놓습니다. 어쨌든 처음 오신 명진님께 이자리를 빌어서 사과드려야겠네요.^^
뭐 어쨌든 모임은 잘 되었던것 같아요. 자화자찬...ㅎㅎㅎㅎ 제가 실수를 연속으로 했지만... 다 잘 해결되었습니다. 사실 모임 후기라고 해서 별다른걸 쓰려고 한건 아니구요. 제가 하고 싶은 말중에 가장 중요한건 최근에 새로 들어오신 분들이 많아서요. 저희가 2년 반 넘게 만났다고 너무 위화감은 느끼지 마시라구요. 사실 독서모임이 좋은 것은 모이면 오로지 책 이야기만 하거든요. 저희는 모여서 자기소개조차 안했는데... 요즘은 몇달만에 새식구가 많이 늘어서 어제는 자기소개를 하긴 했지만.. 그것도 좋아하는 책 분야나 최근 읽은 책, 추천하고 싶은 책... 그런 소개를 했으니깐요. 제가 이 독서모임을 좋아하는 것은 오로지 책이야기만 하기 때문이에요. 사교적인 부분이 불필요하다 그런말은 절대 아니구요. 사교적인 부분도 필요하긴 하죠. 그러나 주와 부가 있잖아요. 주 된것은 독서모임이고 거기에 부수적으로 사교적인 성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 모임은 그걸 잘 지켰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앞으로도 그 전통?이라고 하면 좀 웃기지만 그런 성격을 계속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제가 그럴 의지가 있다는게 아니구요. 저희 모임은 사실 리더가 없거든요. 제가 리디도 아니구요. 다만 그런 방향을 다들 추구하는 것 같아서요. (물론 회장님이 계십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건 오래된 회원과 새로 들어오신 회원이라는 구분이 있긴 해도 그걸 너무 의식하지 마셨으면 하구요. 저는 책을 좋아하구요. 여러분도 다들 그럴겁니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 맘껏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게 너무 즐겁습니다. 같이 즐겁게 책얘기를 할 수 있는게 저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깐요. 그렇다고 오래 만난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건 아닙니다. 이제 막 나오신 분들도 앞으로 계속 그런 만남을 쌓아가면 되는거니깐요.^^
책에 대해서 짧게 말씀드리자면, 사실 모임에서 선정되는 책은 추천과 투표에 의해서 되는거라 읽기 싫은 책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나 저는 책을 읽는게 너무 제멋대로입니다. 그냥 어느날 책장을 보다가 읽고 싶어지면 읽는 타입이라서요. 아니면 책을 읽다가 어떤 내용이 흥미로우면 그 책을 내려놓고 그 내용을 더 깊이 알기 위해 관련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냥 제멋대로 관심이 가는데로 막 읽는 타입이라서요. 그랬는데 독서모임을 하다보니 한달에 한권씩 강제로 책을 읽게 되더군요. 그 중에 좋았던책도 있고 그냥 그랬던 책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책을 추천하실 때 모든 사람들이 다 좋게 읽었으면 하는 바램은 다 있지만요. 그렇게 되기란 쉽지 않다는걸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어느 땐 저도 이런 책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하나의 도전으로 생각되어질때가 많습니다. 그런후에 결과를 보는거죠. 다양한 책을 읽어보자. 다들 그런 마음으로 모였다고 생각하구요. 1년에 12권의 책을 하니깐 그 중에 그래도 맘에 들었던 책이 더 많지 않을까 싶네요.
근데 저도 <메모리>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최근에 안읽고 있었습니다. 그 전엔 읽었죠. 주로 유명한 작품들 위주로요. 그러다 2년 전쯤에 바벨17이란 소설을 읽고 나서, 당분간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읽을 수 없더군요. 이 소설은 아주 유명한 작품인데... 이 소설을 한두마디로 설명하기란 어렵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를 확장한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조롱한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요. 인상주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충격과 비슷합니다. 아마도 우리 시대보다는 그 시대 사람들이 그 그림을 받을 때 적잖게 충격받았을 겁니다. 너무 큰 충격이라서 비난하고 조롱을 했으니깐요. 왜냐하면 그 그림들은 중세시대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 계속 이어지던 그림의 전통을 완전히 무시한듯 보였거든요. 전통을 깨부스고 틀을 벗어났고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에 처음 그것을 본 사람들의 충격이란 대단했을겁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바벨 17을 읽었을 때 약간은 충격을 받긴 했습니다. 물론 저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좋아하지 않았지만요. 이를테면 너무나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음악을 들었을 때 그동안 열심히 사 모았던 음악 CD들은 한동안 멀리하게 되는거죠. 그렇다고 그게 계속 가진 않습니다. 저는 인상주의 그림들도 좋아하지만 중세나 르네상스 그림도 좋아합니다. 단지 한번 대단한 것을 맛봤으니.. 다음에는 그것보다 한단계 더 대단한 것을 봤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은 있죠.
제가 유명한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들을 보려고 했던 것은 사실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그런겁니다. 무슨 상과 무슨 상을 받았고 전부다 엄지를 척 올리며 최고의 작품이다. 극찬을 해서 그랬던 것이거든요. 사실 근데 제가 오랫동안 SF와 환상소설을 좋아했고 읽었지만... 저는 그런 극찬에 극찬을 했던 그 많은 작품이 전부 맘에 들었던건 아니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렇더군요. 엄밀하게 말하면 저는 SF를 좋아했다기 보다는 그냥 어떤 특정 작가를 좋아했는데 그 작가가 장르소설을 썼다고 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병적으로 집착한 필립 k. 딕이나 유머스럽지만 굉장히 여성의 감성을 잘 들어내는 코니 윌리스를 좋아했고 통속적이고 낡아빠진 소재로 놀랍도록 아름다운 문장을 치장하는 젤라즈니를 좋아했지만... 다들 SF하면 이걸 봐야해. 최고의 작품이야. 하는 책들을 읽었을때 나쁜건 아니지만...(때때로 지루하기도 했구요) 그렇다고 그렇게 열광하진 않았습니다. 어쨌든 저는 바벨17 이후에 조금 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SF의 하위 장르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던것 같기는 하네요. 단톡방에서도 잠깐 얘기를 했지만 스페이스 오페라는, 그것도 아주 긴 장편이라면, 독특한 세계관이란게 있을 수 밖에 없는데요. 그게 또 매력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 세계관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득과 실이 있습니다. 저는 수년전에 작은 장르문학상 예선작품을 추리는 일을 했습니다. 저에게 활당된 단편을 읽고 본선에 올리는 일이였는데... 장르 소설이라 그런지 다들 저마다 독특한 세계를 구상하고 그것을 소설에 열심히 설명하더군요. 여기서 문제는... 그 세계관을 설명하는 것이 지루하다는 점입니다. 작가의 머리속에선 정말 멋진 세계라서 독자에서 설명해주고 싶었던 거지만... 독자는 그렇게 고분고분 착하지 않습니다. 세계관 따윈 이제 집어 치우고 빨리 사건이 벌어지길 기대하죠. 그 많은 아마추어 작가의 작품을 검토하다보니 저마다 세계관 설명하기에 여념이 없더군요. 그런 작품들은 본선에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세계관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걸 은근슬쩍 사건을 전개하면서 능숙하게 풀어내는 작품만이 본선에 올라갔습니다. 당연히 그런 작품이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죠. 근데 메모리는 엄청 유명한 작가고 엄청 팬이 많은 작품이지 않습니까? 그럼 세계관을 그냥 쭉 설명해도 됩니다. 등장인물의 과거 얘기도 해도 되구요. 왜냐하면 팬들은 그걸 좋아할테니깐요. 문제는 처음 읽는 분들은 그런 팬심이 없다는 겁니다. 아마도 저는 이 부분이 <메모리>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암튼 쓰다보니 후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새 식구가 많이 늘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말이 많아졌네요.^^ 어젠 마치 초창기 모임같았어요. 그런 설렘? 뭐 그런게 있었던것 같네요. 아무래도 헌맴버(이 표현 좀 웃기네요)보다는 새로운 맴버가 더 많아서 그랬던것 같네요. 늘 제가 하는 말이지만, 독서모임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 할지 알 수 없지만요. 한달 한달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 말고는 바라는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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