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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1.31 복잡한 해체와 명쾌한 결합, 비흐자드 <유수프의 유혹>
* <내 이름은 빨강>과 관련한 자료입니다.
* 그림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비흐자드 <유수프의 유혹>, 1488
종이에 잉크와 물감, 30 x 22cm, 카이로 국립도서관
‘줄라이하’는 남편의 독실한 하인, 유수프(요셉)를 갈망했던 귀부인이다. ‘줄라이하’는 기능공을 고용하여 유수프를 유혹하기 위한 저택을 호화롭게 짓도록 했다. 그리고 계속 뒤에서 문을 닫으며 그 아름다운 청년을 저택의 방 안으로 유혹했다. 마침내 ‘줄라이하’가 그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한 순간, 신을 기억한 유수프는 신의 도움으로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세상을 비추는 거울, 미술 - 줄리언 벨 P.175
<코란>이 없어서 성경을 읽어봤는데, 성경은 약간 내용이 다르다. 좀 더 평범하달까. 같은 사건을 다루지만 복잡하고 화려한 집이나 하나씩 닫히는 신비한 문은 없고 그냥 요셉이 유혹을 뿌리치며 도망치다가 옷이 벗겨지는데 나중에 그 옷을 증거로 자신을 겁탈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나중에 서점가면 코란을 살펴봐야겠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그림을 뚫어지게 한번 쳐다보자. 굉장히 독특하지 않는가? 여러분은 지금 복잡하고 화려한 ‘보디발’의 아내(줄라이하)가 지은 집안을 들려다 보고 있다. 마치 신의 눈처럼 벽을 투사하고 복잡한 구조를 단순하게 해체해 놓은 평면을 쳐다보고 있다. 그 안에 극적인 사건과 마주한다. 남편이 총애하는 젊고 잘생긴 하인을 유혹하는 여인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듯 그를 붙잡고 있고 이제 막 그 젊은이(요셉)는 탈출을 하려는 순간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화가라고 가정해보자. 아니면 뭐 일러스트 작가라던가. 누가 이 복잡하고 신비한 이야기를 한 장의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했다고 치자. 어떻게 그려야 할까? 난감해지기 시작한다. 화려하고 복잡한 대저택을 그리기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 불륜?극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줘야 할까?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쯤에 터키의 한 화가는 정말 기묘하게 이 이야기를 해체 시키고 나서 다시 멋지게 결합해서 우리 앞에 내놓는다.
팩맨(Pac-Man), 1980, 남코가 제작한 게임
<팩맨>이란 게임을 살펴보자. 되게 단순한 게임이다. 왜 갑자기 <팩맨>이냐? 하겠지만 보면 이 <팩맨>의 배경이 되는 곳은 아주 복잡한 미로 같은 건물이란 걸 알 수 있다. 벽이 엄청나게 많으며 긴 복도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다. 적은 가운데 방에 모여 있다가 한 녀석씩 튀어나온다. 잘 관찰해보면 우리가 이 복잡한 건물을 위에서 쳐다본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팩맨’과 ‘악당 4종 세트’는 어떤가? 위에서 쳐다보는 모습일까? 아니다. 옆에서 쳐다보는 거다. 왜 이 게임은 일관성 없게 캐릭터를 위에서 쳐다본 모양으로 그리지 않았을까? 대답은 매우 단순하다. 화면을 보는 사람이 각각의 사물(건물과 ‘팩맨’, 악당)을 최대한 잘 파악할 수 있는 시선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그림은 우리가 이집트 그림을 볼 때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관련 포스팅 : 수천년간 이어지는 형식과 영감을 참고)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보통 이렇게 그린다. 사물을 관찰자가 보기 쉽게 하려고 원근법이나 투시법을 모두 무시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가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는 그림 기술이 없기 때문이라기보단 그렇게 그리는 것이 관찰자에게 사물의 외형이나 그림 속에 이야기를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에게 그런 기술이 없기도 하다.)
우리가 본 <유수프의 유혹>은 이런 예보다 한층 더 복잡하며 기묘하다. 마치 어렸을 때 죨리 게임에 들어 있는 3차원 종이판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종이판은 건물을 평면으로 해체해 놓았지만, 조립을 하면 불안전한 입체로 재결합된다.
<유수프의 유혹>로 검색하면 딴 건 거의 없고 지겹게 <내 이름은 빨강>이란 책 제목이 검색되어 나온다. 별 내용도 없이 단순히 이 그림이 그 책의 표지로 쓰였다는 거 빼곤 아무런 정보가 없다. 물론 요셉의 유혹은 기독교에서 자주 다루는 것 같다. 뭐 코란에서처럼 신비한 부분은 없으며 사탄의 유혹을 물리친 요셉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부인의 유혹은 사탄의 유혹과 동일시된다. 성경에서 이 유혹은 요셉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스스로 그 유혹을 이겨냈으며 코란에서처럼 신이 개입한 것은 아니다. (뭐 코란을 좀 읽어봐야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겠지만….) 어쨌든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 그림은 아래 그림인 <눈뜨는 양심>을 떠올리게 한다. 약간은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윌리엄 홀먼 헌트 <눈 뜨는 양심>, 1853년
컨버스에 오일, 76.2 X 55.9cm. 런던 데이트 미술관
창녀는 어느 날 창으로 들어온 눈부신 빛을 보고 양심에 눈을 뜬다는 다소 뻔한 그림인데, 재밌는 점은 왜 양심에 눈을 뜬다면 그녀를 무릎에 앉힌 남자가 떠야지 저 소녀가 뜨느냐 이 말이다. 물론 뭐 굳이 떠야 한다면 둘 다 떠야겠지만, 어쨌든 <유수프의 유혹>의 기묘하고 거대한 저택은 꼭 우리의 욕망과 닮은 구석이 많다. (<내 이름은 빨강>의 저자 '오르한 파묵'은 이 저택이 '인간의 욕망만큼 거대하다.'라고 말한다.) 그림은 신의 도움이든 아님 혼자서 지켜낸것이든 유수프(요셉)가 그 욕망을 이겨내는 장면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그 번잡한 욕망을 헤매고 다닐 우리가 그것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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